INR Life

INR Life 2015

INR Life 2015

PR과 나, 그 애증의 이야기

글쓴이 : 정혜란AE

누군가는 손을 꼽고, 누군가는 치를 떨었을 그 애증의 ‘2012 여수엑스포’가 개막을 했다. 둘 중 내가 어디에 속한다고 묻는다면, 나는 전자이다.

홍보를 하면서 그 시대를 대표하는 어떤 상징적인 행사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은 굳이 커리어를 생각하지 않더라도 보람이 크다. 누구나 관심을 가지고 있고 흥미를 느끼기 때문에 나 스스로 느끼는 보람에 어깨가 한껏 솟아 오르기도 하고 엑스포처럼 입장료가 있는 행사에는 ‘무료 입장’의 메리트는 쏠쏠하다. 물론, 막상 출장을 가면 날씨를 느끼거나 둘러볼 시간적 여유도 없고, 심지어 그 무료입장을 위해서는 왕복 7시간의(성남인 우리 집에서부터는 무려 9시간) 이동 거리를 감내해야만 하지만 말이다.

INR에 입사하자마자 나에게 주어진 업무는 2012 여수엑스포 싱가포르관. 당시만해도 외국생활을 끝내고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한국사회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막연했기 때문에 여수엑스포에 심지어 아름답고 훌륭한 한국어를 사용할 수 없는 ‘싱가포르인’과의 커뮤니케이션은 그야말로 나를 ‘멘붕’상태로 몰고 가기 충분했다. ‘아… 싱가포르..’ 불과 얼마 전만해도 싱가포르와 함께 터져 나오는 탄식은 과히 긍정적인 의미는 아니었던 것 같다.PR2

여수엑스포의 개막과 함께 진행된 싱가포르관의 다양한 행사 덕에 5월은 기쁨과 고난이 넘나드는 한달 이었다. 국제적인 엑스포 규모에 비해서 대중들의 낮은 관심은 싱가포르관 홍보와는 별개로 걱정의 대상이기도 했다. 모든 기대와 걱정을 뒤로하고 엑스포는 5월 12일, 드디어 개막을 했다.

엑스포 개막을 앞두고 사전 미디어데이 준비부터 싱가포르관만의 오프닝 행사까지 모든 준비를 마쳤다. 두근두근, 이젠 관람객과 미디어를 사로잡을 차례! PR2

자연과 도시의 조화를 지키는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으면서도 직접 체험해보고 즐길 수 있도록 아기자기하게 디자인된 싱가포르관의 각 갤러리는 어느새 ‘나의’ 자랑이 되었고 누르면 자동으로 나오는 카세트 테이프처럼 입에 붙어버렸다. (특히 제 1갤러리의 3차원 입체 영상은 진짜 멋지다!!) 개막식 날 싱가포르관을 찾은 한 미디어에서 해준 “싱가포르관이 이미 즐길 거리 많은 국제관으로 입소문이 자자하던데요.”라는 말에 한 동안 기분이 좋아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업무량에 비례하여 고객사를 자신과 동기화 시키는 현상은 어쩔 수 없다.

이렇게 엑스포 개막을 전후로 가장 중요한 세 번의 행사에 참여하며 언제 어느 때 방문할지 모를 미디어에 적절히 대응하는 순발력은 필수적이었다. 무전기를 통해서 들려오는 “Korean media came in front of Pavilion”이란 소리에 거짓말 많이 보태서 화장실에서도 뛰쳐나와야 할 정도니 말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싱가포르관 자체와 야외공연, 럭키드로우 이벤트 등 싱가포르관을 향한 관심은 날로 커져갔고 그로 인해 미디어 노출은 계속되고 있다. 그 덕분에 좋은 그림을 만들기 위해 참여했던 SBS와의 촬영을 하고 ‘8시 뉴스’에 출연하며 나의 뒤통수가 전국적으로 전파를 탔으니 부끄럽지만 나름 지상파 ‘데뷔’까지 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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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진행형인 싱가포르관의 홍보는 잦은 출장에서 오는 체력적 한계를 담보로 한 고액과외와도 같다. 외국계와 함께 일하면서 우리와는 조금씩 다른 그들의 업무방식에 시행착오를 겪으며 하나 둘씩 배우게 된다. 특히 싱가포르의 완벽한 꼼꼼함으로 무장한 과정 중심의 업무방식은 문화쇼크에 가까웠다. 내심 ‘이런 것 정도는 넘어 갈거야.’라고 생각한 부분들을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들의 그런 업무방식은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이라는 사실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역시 쉽지 않은 건 마찬가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언어인 우리의 말을 쓸 수 없다는 슬픔도 있었지만 한국말로도 종종 오해가 생기는데 싱글리쉬로 인한 오해는 말할 것도 없었다. 덕분에 확인에 확인을 거듭하는 버릇은 앞으로도 지켜나가야 할 습관이 되었다.

우여곡절 끝에 어느새 싱가포르관은 여수엑스포의 국제관 중 인기관 대열에 합류했다. 프로젝트를 거듭하면 할수록 보고 배우고 느끼고 깨닫는 일련의 과정과 더불어 좋은 결과는 그간의 피로에 훌륭한 보답이 된다. 앞으로 여수엑스포는 두 달이 더 남았고 나의 AE life 그보다도 몇 십 배는 더 많이 남아있다. 어떤 프로젝트도 쉬운 것도 쉬울 수도 없다. 늘 새로운 일을 준비하고 진행하며 겪는 고난과 시련들은 다 자양분으로 남아 성장과 발전의 밑거름이 된다. 그래서 오늘의 시련을 견디는 일이 이따금 커다란 산으로 닥쳐와도 결국 웃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솔직히, 여수엑스포를 준비하며 어서 빨리 시작하고 끝이 나길 바랐던 적이 없다면 거짓말일 테지만 그래도 PR이 재미있고 즐겁다. 그래서 PR은 내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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